어머나 세상에 언제부터 그렇게 눈이 하도 내리고 있었나.
이 아침에 나 혼자 요동치며 있구나.
오직 한사람의 목소리만 들리기를.
어젯밤과 오늘새벽 내가 몹시 잠 못이룬것은 눈때문이었구나.
완전 어두운 그곳에서 내가 불편한 폼새로 뒤척거린 것은
밤공기 눈발이 말걸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그것을 모르고 눈뻘겋게 일어난 아침에.
옆방에서 또 조용히 곰인형처럼 일어나 있던 친구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저 몸 아래 거기서 눈발이 말걸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하아.
+
머리카락 자른 이쁜 씨.
저를 위해 노래한곡 불러주세요.
집으로 돌아갈때는 이미 어두워질 청담공원 두번째 커브길에서요.
'홍대'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8.01.21 또다시 눈세상. 유에프오. 달도없고,해도없어.
- 2008.01.07 집구하기 십이년째. 그래도 잠잘곳은 다있다. 2
그저 하기싫은 일이 있다.
내게는 집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도 거기에 속하는데 이 일은 내게 치과가기와 동급의 일이다.
치과의 치료과정의 소란스러움은 상관없다.
누군가가 나의 입안을 보면서 나의 방만한 생활태도와 나의 사회적 계급을 완전 간파하는 것이 너무 싫은 것이다.
집구하기도 마찬가지인게, 어떤 허영은 있는데, 나의 사회적 계급상 내가 부딪힐 것들이 너무 싫은 것이다.
아, 그리고, 발품파는것도 싫다. 그러고보니, 그게 제일 싫은 것인가.
그러고보니, 서울에 올라온지 12년이 넘어가나, 13년째 살고 있으면서 나는 아직도 정착민의 간지가
아니라 유학생 간지로, 떠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전의 시간들도, 혼자서 집을 구하러
다닌 것은 한두번? 친구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으로 쓱쓱 잘도 들어가신것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식물이 자라고, 곰팡이와 스티브와 온갖 곤(해)충들이 같이 살아간
아름답고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워질 그곳을 나오게 되었을때, 나는 여지없이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공간이 맘에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하는 과정을 건너뛸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일종의 유예시간을 두기로한것이다. 그런데, 그게 크리스마스날 느즈막히 일어나
TV를 보면서 이 연말에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냐고 불안에 떨고 있을때, 입주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사 4일전에 일어난 일인데, 별로 놀라지 않았다. 너무 놀라지 않는게 이상할까봐
괜히 실수한 MJ에게 화를 내야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쨌든 그리고, 나는 그때 내곁에 있던 친구가 구원의 손길을 바로 내밀어줬고,
나는 일단 가입주한상태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 200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