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세상에 언제부터 그렇게 눈이 하도 내리고 있었나.
이 아침에 나 혼자 요동치며 있구나.
오직 한사람의 목소리만 들리기를.
어젯밤과 오늘새벽 내가 몹시 잠 못이룬것은 눈때문이었구나.
완전 어두운 그곳에서 내가 불편한 폼새로 뒤척거린 것은
밤공기 눈발이 말걸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그것을 모르고 눈뻘겋게 일어난 아침에.
옆방에서 또 조용히 곰인형처럼 일어나 있던 친구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저 몸 아래 거기서 눈발이 말걸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하아.
+
머리카락 자른 이쁜 씨.
저를 위해 노래한곡 불러주세요.
집으로 돌아갈때는 이미 어두워질 청담공원 두번째 커브길에서요.
'n양'에 해당되는 글 3건
- 2008.01.21 또다시 눈세상. 유에프오. 달도없고,해도없어.
- 2008.01.07 펭귄씨, 저에게 그 걸음걸이를 배우게 해주세요. 3
- 2008.01.07 집구하기 십이년째. 그래도 잠잘곳은 다있다. 2
다시 생각했을 때, 실은 에이 무슨 그런 감동 싶지만, 그 영상이 그 순간 딱!하고
나한테 무한감동을 주었다. 어제 간 압구정 식당. 한쪽 벽에 극지방 펭귄의 영상을
쏘고 있었는데, 나는 온통 하얗게 인테리어 해놓고 한 벽에 왜 프로젝터 따위를
쏘고 있냐면서 그딴 취향을 이해할수 없다는 제스춰를 취하고, 올리브버섯 스파게리를
후루룩 칠 분만에 먹어 치웠던 것이다.
친구인 n은 12월 27일 언젠가부터 표면적 묵묵, 내면적 축제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무언가 무한봉사의 심정이 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녀가 원했든 아니든,
나는 묵묵히 n옆에 앉아있었고, 사실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n의 표면적 묵묵시기가 내게 오히려 활력을 주었지 싶다.
어쨌든 나는 멍하니 그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엄청난 눈보라 속에 펭귄무리가 모여있고, 한 마리 펭귄이 펭귄무릎(이있다면)까지 오는 눈을 뚫고 툭툭 걸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화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혼자 감동하게 된다.
나는 로또로 대변되는 운좋은 인생 운운하는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머리로는 계속 되뇌고 있었고 길거리 노숙자 아저씨를 보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지,
그리고, 사회 시스템상도, 무엇보다도 말도 안되는 확률로 따져서도 웃긴 생각이라고 여겼었는데, 그래도 버리지 못한 허영끼 있는 환상(-내속에는 언젠가는 그런 운이 오지않겠냐 고 절망에 가까운 소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이 끝도 보이지 않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삶의 길이 있을 턱이 없을 테니까.)이 있었다면,
그것을 퐉! 펭귄의 걸음걸이가 깨준 것이다.
이성적이지만 관습적인 판단, 혹은 잔인한 현실에 대한 어줍잖은 직시등은 그런 환상을 깨주기에는 너무 나이브했던 것.
결국 담담하고,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에 형님이 소설가가 달리고 있는 운동장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끝없는 늪이라고 했는데, 인생이 그런 것인가하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 현 사회의 시스템은 도통 이해불가의 영역이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인데, 쩝
이 얘기와 이얘기로 이렇게 계속 널뛰는 습관을 버려야겠습니다. 하고 슬쩍 생각하는 나. 그러니까, 이 슬쩍이 문제인가.
아, 결국 내 오늘의 몇 개에 걸친 이 블로깅의 주제는, 좀더 정진하겠습니다.이군.
그저 하기싫은 일이 있다.
내게는 집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도 거기에 속하는데 이 일은 내게 치과가기와 동급의 일이다.
치과의 치료과정의 소란스러움은 상관없다.
누군가가 나의 입안을 보면서 나의 방만한 생활태도와 나의 사회적 계급을 완전 간파하는 것이 너무 싫은 것이다.
집구하기도 마찬가지인게, 어떤 허영은 있는데, 나의 사회적 계급상 내가 부딪힐 것들이 너무 싫은 것이다.
아, 그리고, 발품파는것도 싫다. 그러고보니, 그게 제일 싫은 것인가.
그러고보니, 서울에 올라온지 12년이 넘어가나, 13년째 살고 있으면서 나는 아직도 정착민의 간지가
아니라 유학생 간지로, 떠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전의 시간들도, 혼자서 집을 구하러
다닌 것은 한두번? 친구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으로 쓱쓱 잘도 들어가신것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식물이 자라고, 곰팡이와 스티브와 온갖 곤(해)충들이 같이 살아간
아름답고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워질 그곳을 나오게 되었을때, 나는 여지없이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공간이 맘에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하는 과정을 건너뛸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일종의 유예시간을 두기로한것이다. 그런데, 그게 크리스마스날 느즈막히 일어나
TV를 보면서 이 연말에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냐고 불안에 떨고 있을때, 입주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사 4일전에 일어난 일인데, 별로 놀라지 않았다. 너무 놀라지 않는게 이상할까봐
괜히 실수한 MJ에게 화를 내야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쨌든 그리고, 나는 그때 내곁에 있던 친구가 구원의 손길을 바로 내밀어줬고,
나는 일단 가입주한상태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 200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