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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12월30일

nagasaki 2008. 1. 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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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떠나기 전날의 지는해.


Posted by 소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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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감기목간질

la muete 2007. 12. 21. 15:23
지난주부터 몸이 찌뿌드드하고, 목과 어깨부위가 으슬거리더니,
아니나다를까, 떡하니 몸살이 왔다.

사실 나는 감기 몸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 열에 들떠서 꼬빡 아프고 나면 왠지 개운한 느낌마저 가지게 된다.
목과 몸이 한기에 떨다가 뜨거운 이불속에서 열에 들뜨고난후, 땀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이불밖으로
나올때, 왠지 나는 묵은때와 껍질을 한꺼풀 벗은 것처럼 몸이 가볍다고 느낀다.
그저, 몸이 허약해져서 붕떠있는 느낌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 순간의 느낌이 소중하다.

기억 저편에 있던/ 사실 그다지 상관없는 이의 장례식장을 (이것은 장례식장은 찾아가봐야한다는
이상한 철칙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기억 몇가지를 가지고 그 장례식장에 꾸역꾸역 찾아나섰다.)
다녀온후,
저녁 어스름에 불편함과 편안함을 같이 주는 대학선배의 생일 상을 받으러 나갔다.
자기 생일도 맞이했고, 연말도 되었고, 새 여자친구도 생긴 겸사겸사 나를 불러냈고, 참치집에 갔는데,
방을 예약하고 앉아서 나를 기다리는 선배를 보면서, 선배가 이제는 어른이구나 싶더라.
아마도 그 선배도 계산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다, 이건 방의 느낌이고, 고급참치집이라서 그랬고, 그 고급집이 마을 귀퉁이에 조용히 있는
작은 집이라서 더욱 그랬다.

어쨋든 여자친구를 옆에 둔 선배는 참치집과 어울리지 않게, 아주 어린 남자애같았고,
나는 그 광경을 유쾌하게 지켜보면서 그 선배 여자친구에게 선배자랑질을 은근하게 해대고 있었다.
방은 뜨거웠고, 와인은 달콤했고, 참치는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그날밤 나는 밤새 토했고, 뼈에 통증이 오나하고 느꼈고, 목에는 가래가 끓었다.
어쨋든,
연말은 이런 몸살 속에서 그저 지나가는 듯하고, 머리는 멍했고, 기운은 빠졌다.
이제 기력이 다시 솟아오르니,
못본 영화나 보러갈까.


+
어제 나는 덜컥 겁이 났었는데,
빛사장이 죽은것은 아닌가하는 망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몇번의 빛방문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고, 몇번의 전화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빛사장이 혼자서 쓸쓸히 죽은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기 시작한것이다.
빛 창문너머로 희미하게 빛나던 전구알과 마구 쌓여있던 술병들의 이미지가
언젠가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바닥에 쓰려졌을때 석일형의 표정과 마구 뒤섞여서 비린내가 났다.
나는 걱정속에서도 그 죽음이 아주 이상하지만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쨋든 좀 역한 기분을 느끼면서 빛으로 갔고, 문을 탕탕 두드렸고,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는 너무 세속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조금 화가났고, 안심했고, 알 수없는 기분으로 집으로 왔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연말이 가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여전히 머리는 아팠고, 골반이 쑤셨고, 그리고, 누워서 투정부릴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것에 좀 안도했고,
잠이 들었다가 깨고, 또다시 잠이 들었고,
아침에는 그렇게 개운하게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날은 겨울인데도 따듯했다.


+
내가 아프다고, 장어정식을 사주신다.
장어는 내게 강한 기억이 있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좀 슬프기도 하고, 어른의 비밀을 알아버린것 같은 비릿함
도 있는.

그랬더니, 자기도 그렇단다. 항상 어른들이 있고, 그립기도 하고, 화도 나는 그런 기억이 있다고,
어린 시절은 마구 더럽혀지고 막칠해서 내팽개쳐져있는 듯하다가 결국 이런 순간에 다시 떠올라
나의 근원은 거기에 있는 것인가보다하고, 느끼게 한다.

+
장어집 얘기에서
장어정식을 사준 그분이 자신이 장어집에서 밥을 사주고 계산을 하는데, 자신이 어른이 되었구나하고 느꼈다고,
한다.
하하, 꽃등심집에서 고기 사주고 느낀게 아니라, 장어집이라고 하니,
참치회집 다다미방에서 나와서 계산을 하던 선배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운전을 시작하게 되면 어른이 되었구나하고 느끼겠다. 싶다.

어쨋든, 몸살이든, 빛의 어지러진 풍경이든, 장어집이든, 참치횟집이든
이모든 풍경들이 겨울이구나하고 느끼게 한다.
먹는 것이 계절을 느끼게 하는구나.

+
먹는것 얘기가 나오니 다시 줄줄 기억.
엊그제, 안동국시에서 정갈한 상차림을 받는데, 안동국시집 내부 풍경이 내게 아, 이것이 겨울.
시작이구나, 하고 느끼게 했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된 기억을 마구 뒤섞어 떠올렸는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외할아버지가 나를 안고, 나들이를 나와서 이런 식당에 들어왔었다라고
생각해버렸다.
거기에는 갈색 팔각으로 각진 사기 컵이 있어야했고, 알루미늄 주전자에서 보리차를 부어주어야 완벽.
어쨋든,
내 이번 겨울 시작은 안동국시집의 풍경으로 시작한 기분.
그리고, 저녁의 을지면옥시리즈는 좀 자랑질이라서 이제 그만.
Posted by 소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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