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둡고 놀랍고 뜨거운 이야기였어. 어찌나 열중해서 이야기를 하는지
듣는 내내 저 사람이 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떻게 여태 살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어.
글고 그가 자기 이야기를 다 끝냈을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 그가 기다린 것은 불러줄 타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그는 더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 아닐까. 한순간도 이어폰을 귀에서 떼지 않고 라디오를 들은 것이 그때문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 의해 말해지지 않으면 도무지 알길이 없는, 길고 어둡고 놀랍고 뜨거운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의 지표면 아래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돼.

인생이란 외롭지도 않고, 잡지의 표지처럼 그저 통속할뿐인데 말이야. 하긴 나중에는 그 기다림이란
게 그다지 절실하지도 않고, 그저 습관에 지나지 않은게 되었겠지만, 잡지의 표지가 인생을 닮아
통속하다는 걸 그가 왜 몰랐겠어. 잡지의 표지가 외로울 수 없는 것처럼 인생 역시 통속하지 않을수
없는거지.
인생이 얼마나 통속인지 보라고. 아무리 외로운척해도 통속을 넘어갈 수 없는게 인생이라니까.

Posted by 소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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