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리를 가르치는데, 등고선이 나온다.
오만대 일의 축척으로 된 지도는 등고선 한줄당 이십미터의 거리를 나타낸다.
팔월 십오일 태백산 천제단에 올랐다. 팔월 십오일이었다.
간밤의 심한 잠설침으로 오전 칠시사십분의 등정계획은 당연히 무산되었고, 느즈막히 일어나 나름 쾌적한 하룻밤 육만원의 패스텔에서 뒹굴거리다가 밖의 날씨가 아주 흐리고, 비도 간간히 뿌리고 있다는 이유로 갈까말까의 지경도 잠시 되었다가'
결국 스리슬쩍 일어나 태백역으로 갔다.
오후 네시대나 다섯시대에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정하고, 가방을 천원락카에 꾸려넣었다.
당골, 어제 만난 버스기사의 이야기대로라면, 당골에는 과거에 무당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원류라고하고, 태백산에는 환웅을 위한 절도 있고, 당골로 가는 길에는 소도라는 이름의 마을도 있다. 신화를 품은 마을인데, 현재의 모습은 골격만 남아있고, 살가죽은 다 벗겨진 동네라는 생각만 들게 했다.
태백시내 가까이 닿아 둘러쳐진 산들이 아니었다면 이곳은 그저그런 곳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물가는 비쌌고 사람들은 무뚝뚝하기만 할뿐 그 속의 어떤 깊이를 느낄수도 없었고, 간밤의 빗속에서 그 작은 중심가에서는 싸움소리만 크게 들릴뿐이었다.
당골을 지나 매표소앞에 내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조금 가다 지치고 지친다.
산을 오르면 꼭 정상을 가고만다. 항상 그랬다. 웃기게도 내 삶에 대해서는 그런 자세를 젠젠 가지고 있지 않은데, 산은 그저 한길로 걷기만 하면 되기 때문인가. 그 단순성이 갑자기 좋아진다.
천제단을 2.8킬로 남겨둔 상태에서 혼자 그길을 오르게 되었다.
가는 길에 사람은 없고, 좁게 산로가 나있는데, 비가 슬슬 오고, 안개가 길을 메우고,
망경사로 길을 틀었는데, 다행이 그곳을 지나 천제단을 향할 수 있었다.
천제단을 오르는 마지막 길에는 오직 나만이 그길을 걷고 있었고,
안개는 점점 짙어졌고,
천제단에 올라서서 바라본 광경은.
바람이 안개를 몰고 좁은 길로 올라와서는 천제단 바닥을 쓸고 다시 산 아래로 쓸려 내려갔고,
시커면 돌 무더기가 안개속에서 히끄무레하게 보인다.
사방은 온통 하얗고, 안개비에 축축히 얼굴이 젖어가고, 바람은 세다.
산아래를 바라봐도 눈부시게 하얀것이 너무 공포스러워서
서둘러 내려왔다.
사실 그 공포감을 차분히 직시하고 싶다고 순간 생각했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에서
그곳을 벗어났다.
서울의 공기는 매웠고,
밤의 청량리역은 피곤했다.
다음날 서울,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지상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라졌다.
오만대 일의 축척으로 된 지도는 등고선 한줄당 이십미터의 거리를 나타낸다.
팔월 십오일 태백산 천제단에 올랐다. 팔월 십오일이었다.
간밤의 심한 잠설침으로 오전 칠시사십분의 등정계획은 당연히 무산되었고, 느즈막히 일어나 나름 쾌적한 하룻밤 육만원의 패스텔에서 뒹굴거리다가 밖의 날씨가 아주 흐리고, 비도 간간히 뿌리고 있다는 이유로 갈까말까의 지경도 잠시 되었다가'
결국 스리슬쩍 일어나 태백역으로 갔다.
오후 네시대나 다섯시대에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정하고, 가방을 천원락카에 꾸려넣었다.
당골, 어제 만난 버스기사의 이야기대로라면, 당골에는 과거에 무당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원류라고하고, 태백산에는 환웅을 위한 절도 있고, 당골로 가는 길에는 소도라는 이름의 마을도 있다. 신화를 품은 마을인데, 현재의 모습은 골격만 남아있고, 살가죽은 다 벗겨진 동네라는 생각만 들게 했다.
태백시내 가까이 닿아 둘러쳐진 산들이 아니었다면 이곳은 그저그런 곳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물가는 비쌌고 사람들은 무뚝뚝하기만 할뿐 그 속의 어떤 깊이를 느낄수도 없었고, 간밤의 빗속에서 그 작은 중심가에서는 싸움소리만 크게 들릴뿐이었다.
당골을 지나 매표소앞에 내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조금 가다 지치고 지친다.
산을 오르면 꼭 정상을 가고만다. 항상 그랬다. 웃기게도 내 삶에 대해서는 그런 자세를 젠젠 가지고 있지 않은데, 산은 그저 한길로 걷기만 하면 되기 때문인가. 그 단순성이 갑자기 좋아진다.
천제단을 2.8킬로 남겨둔 상태에서 혼자 그길을 오르게 되었다.
가는 길에 사람은 없고, 좁게 산로가 나있는데, 비가 슬슬 오고, 안개가 길을 메우고,
망경사로 길을 틀었는데, 다행이 그곳을 지나 천제단을 향할 수 있었다.
천제단을 오르는 마지막 길에는 오직 나만이 그길을 걷고 있었고,
안개는 점점 짙어졌고,
천제단에 올라서서 바라본 광경은.
바람이 안개를 몰고 좁은 길로 올라와서는 천제단 바닥을 쓸고 다시 산 아래로 쓸려 내려갔고,
시커면 돌 무더기가 안개속에서 히끄무레하게 보인다.
사방은 온통 하얗고, 안개비에 축축히 얼굴이 젖어가고, 바람은 세다.
산아래를 바라봐도 눈부시게 하얀것이 너무 공포스러워서
서둘러 내려왔다.
사실 그 공포감을 차분히 직시하고 싶다고 순간 생각했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에서
그곳을 벗어났다.
서울의 공기는 매웠고,
밤의 청량리역은 피곤했다.
다음날 서울,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지상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라졌다.